예정일을 얼마 남기지 않고,
다시 시작된 주말 부부.
나는 군산, 아내는 서울.
그러다 전화를 받는다.
"양수가 부족해서 아기가 위험할 수 있으니, 유도분만을 해서 아기를 낳아야 하는 상황이야"
아기가 태어나지 않아서 출산휴가를 쓸 수도 없고,
연차 이틀을 사용해서 서울로 올라왔다.
아침 7시까지 도착한 산부인과에서
아내는 관장을 하고, 손목에 링거바늘을 꼽았다.
그때는 잘 알지 못했다. 유도분만이 어떤 것인줄...
촉진제와 포도당을 동시에 맞으며, 아내는 '수축'이라는 것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왼쪽에 있는 심박수는 아기의 심박수를 측정하는 것이고 오른쪽은 설명은 안해주셨지만, 자궁수축에 관한 수치로 추정된다. 통증이 없을 때를 0으로 기준 잡고, 수축이 심할 때는 140정도까지 수치가 올라갔었다.
유도분만에서 아기의 심박수가 심하게 올라가면, 위험하기 때문에 이렇게 장치를 달고 계속 측정해야만 한다.
(화장실 다녀오는 것이 굉장히 번거롭다. 다녀오면, 간호사에게 화장실 다녀왔으니, 장치를 다시 부착해달라고 요청해야만 한다.)
39주 3일차로 늦지 않은 시기.
태어난 아기의 몸무게는 3.07kg로 크지 않고.
산모의 체격도 비교적 크기 때문에,
원장님은 유도분만에 희망을 걸었던 것일까?
1일차는 워밍업이라고 말씀하시며, 오후 6시 넘어서까지 심한 진통이 오지는 않았었고, 촉진제 투여도 중단되었다.
(아마, 원장님이 퇴근해서 멈춘 것 같은 느낌..)
이미 2주 전부터 자궁문이 1cm 열려있었다고 했었는데, 하루 종일 촉진제를 투여하였으나, 0.5cm밖에 더 벌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날이 밝았다.
편히 쉬면서 다음날이 밝은 것이 아니라, 병실에 누워서 계속 링거를 맞으면서, 새벽에는 다른 산모의 비명?소리를 들어가면서
아내는 점점 더 피로해져 갔다.
이미, 유도분만의 성공률이 높지 않다는 것을 아내는 알고 있었고, 어제 촉진제 투여를 중지하자마자 진통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고는, 많은 부분 체념한 듯 했다.
다시 시작된 촉진제...
촉진제 투여량은 어제에 비해 3~4배가 될 정도로 많아졌고, 아내의 진통도 시작되었으나, 비명을 지를 정도로 심한 진통이 오지는 않았다.
(유도분만이라는 것이 촉진제가 몸에 잘 들어서, 고통이 오고, 자궁문이 열리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고통이 와야 좋은 것이다...)
아내는 원장님이 수시로 오셔서 하시는 '내진'이라는 것(남편은 병실 밖에 나가있는다..) 에 질려있었다. 촉진제로 인한 고통보다도, 내진이 더 고통스럽다고 했다.
오후 1시가 되었다. 수시로 찾아온 자궁수축으로 0.5cm가 더 벌어져, 최종 2cm... 원장님도 포기하셨다.
더 기다릴 것도 없이 바로 제왕절개 결정.
1시 30분에 수술 시간을 잡고, 피곤에 지친 아내는 수술실로 들어갔다...
유도분만의 성공사례도 많겠지만, 유도가 잘 되지 않는 케이스도 많은 것 같다.
양수가 부족해서 아기가 위험할 수 있어 시작된 유도분만,
양수가 부족해서 유도분만이 잘 안 되었을 수 있다는 원장님 말씀과
양수가 부족한 상태에서 유도분만을 지속하면 아기가 위험할 수 있다는 모순...
그렇다고 자연분만에 대한 시도를 안하고 제왕절개를 했을 때 생기는 아쉬움?!
여러가지 복잡한 상황에서 우리 부부는 지쳤고,.
이윽고, 1시 59분에 여름이를 만날 수 있었다.
